농지 팔아야 하나요? 처분의무·25% 이행강제금 오해와 진실

농사를 못 지으면 농지를 팔아야 한다는 최근 보도,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를 팔아야 하고, 안 팔면 매년 땅값의 25%를 이행강제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 최근 뉴스에서 자주 보셨을 겁니다. 개정 농지법이 8월 말 시행되며 이런 우려가 커졌습니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프레임이 실제 제도와 다르다며 보도설명자료를 냈습니다. 사실과 오해를 법령 원문까지 대조해 정리했습니다.

1. 농지 처분의무 논란, 서울신문 사설에서 시작됐다

이번 논란은 2026년 9월 8일 조선비즈 보도로 본격화됐습니다. 개정 농지법(2026년 6월 16일 공포, 8월 28일 시행)이 농지 처분명령을 지자체의 “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바꿨다는 내용입니다. 지자체가 움직이지 않으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직접 명령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절차는 처분의무 통지 후 원칙적으로 1년 내 처분, 처분명령 후 6개월 내 매각입니다. 이를 넘기면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의 25%가 매년 이행강제금으로 부과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1996년 이후 취득 농지 대상)에서도 7월 말까지 132만ha, 1,013만 필지 중 27%인 284만 필지가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됐습니다.

같은 날 서울신문도 관련 글을 실었는데, 이는 일반 보도가 아니라 오피니언 섹션의 사설입니다. 서울신문사의 자체 논조를 담은 논평이라는 뜻입니다. 사설은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는데 어쩌라는 것이냐”는 농촌의 불만과 “1억원짜리 농지라면 한 해 2,500만원, 매년 부과될 수 있다”는 예시를 들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경자유전이 아니라 경자유죄가 됐다”는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결론은 “땅값의 4분의 1을 물리는 것은 지나치다, 농지은행의 매입·임대 기능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후속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조선비즈는 9월 11일 경남 밀양 오윤석(73)씨 인터뷰로 “팔겠다는 땅은 100인데 사겠다는 땅은 1″이라는 현실을 전했고, 파이낸셜뉴스는 농지 거래량이 2022년 50만578필지에서 2024년 33만9,572필지로 줄고 실거래가격도 계속 하락했다는 시장 위축 통계를 전했습니다.

보도들은 하나같이 “농사를 직접 못 지으면 처분명령·25% 강제금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월 8일 보도설명자료로 이 프레임이 실제 제도와 다르다고 반박했습니다.

개정 농지법 시행 전후 처분명령·농어촌공사 매수 규정 비교(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개정 농지법 시행 전후 처분명령·농어촌공사 매수 규정 비교(재량 규정에서 의무 규정으로)

2. 농사를 못 지으면 무조건 팔아야 하나?

정부 반박의 핵심은 여기서 시작합니다. 농지법은 헌법에 따라 농지를 자기 농업경영에 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소유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예외를 폭넓게 인정합니다. 그래서 처분의무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농사를 짓기 어려운 경우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습니다. 농지법 제10조제1항의 “자연재해·농지개량·질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면 처분의무 자체가 면제됩니다. 시행령 제9조는 이 사유를 자연재해로 인한 휴경, 농지개량·영농준비를 위한 휴경, 병역법에 따른 징집·소집, 질병·취학, 선거에 따른 공직취임으로 인한 휴경 등으로 열거합니다.

나. 60세 이상 농업인이 5년 넘게 자경한 농지

두 조건을 함께 충족해야 하는 예외입니다. 나이만 60세를 넘겼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 농지를 5년 넘게 직접 농업경영에 이용해온 경우에만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습니다.

다. 상속 농지나 이농 농지

이 역시 적법하게 임대할 수 있는 예외에 해당합니다.

라. 개인이 3년 이상 소유한 농지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해 위탁하면 임대가 가능합니다.

이 네 가지는 각각 별개의 사유입니다. “고령 농민 농지”처럼 뭉뚱그려 이해하면 안 되고, 자신이 어떤 조건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농지법상 적법한 임대가 인정되는 4가지 예외 사유 유형
농지법상 적법한 임대가 인정되는 4가지 예외 사유 유형

3. 처분명령까지 가는 절차, 생각보다 여러 단계다

그러면 이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곧바로 처분명령을 받고 25%를 물게 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반이 판명되어도 중대한 투기성 위반이 아닌 이상 1년의 자진 처분 기간이 먼저 주어집니다.

이 기간에도 처분하지 않으면 처분명령을 받습니다. 농지법 제11조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은 “6개월 이내에 그 농지를 처분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소유자는 한국농어촌공사에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공사는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매수하되 인근 실거래가격이 더 낮으면 그 가격을 적용합니다. 이때 공사의 매수는 재량이 아닙니다 — 2026년 개정 전에는 공사가 매수 여부를 재량으로 정할 수 있었지만, 개정 후에는 농지로서 형상·기능이 유지되지 않거나 이미 전용허가를 받은 경우 등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공사가 반드시 매수해야 하는 의무 규정으로 강화됐습니다.

처분명령을 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아야만 이행강제금이 부과됩니다. 처분의무 기간 안에 다시 자경하거나 농지은행과 매도위탁계약을 체결하면 3년간 처분명령을 유예받을 수도 있습니다. 농지법 제12조는 이 중 하나에 해당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이 직권으로 3년간 유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유예 기간 중 요건을 못 지키면 지체 없이 유예했던 명령을 하도록 규정합니다.

정리하면 “농사를 못 지으면 곧바로 처분·25% 부담”이 아니라, 자진처분 기간 → 처분명령 → 유예 가능성을 모두 거친 뒤에도 방치할 때만 이행강제금이 부과되는 구조입니다.

농지 처분의무 통지부터 이행강제금 부과까지의 절차 흐름
농지 처분의무 통지부터 이행강제금 부과까지의 절차 흐름

4. 25% 이행강제금, 2026년에 새로 생긴 게 아니다

보도에서 부각된 25%, 이번에 새로 생긴 규정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5%의 이행강제금은 2026년 농지법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게 아니라 2021년 농지법 개정 시부터 시행되어 온 규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부분을 법령 원문으로 직접 대조해봤습니다.

현행 농지법 제63조제1항은 처분명령 등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은 자에게 감정가격과 개별공시지가 중 더 높은 가액의 100분의 25(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정합니다. 부과 전 문서로 계고해야 하고, 최초 처분명령일을 기준으로 매년 1회 반복 부과·징수할 수 있으며, 불복 시 30일 이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 25%가 실제로 언제 생겼는지도 확인했습니다. 근거는 2021년 8월 17일 개정·시행된 법률 제18401호입니다. 그 이전, 2020년 8월 12일 시행된 법률 제16975호에서는 요율이 지금과 달랐습니다.

농지법 개정 이행강제금 요율·산정기준 변화

2020~2021년 농지법 개정 시행일 기준

구분시행일·근거 법률요율산정 기준
개정 전2020년 8월 12일 시행(법률 제16975호), 구 제62조20%토지가액
개정 후2021년 8월 17일 시행(법률 제18401호), 제63조25%감정가격·개별공시지가 중 더 높은 금액

개정 전 조문은 “해당 농지의 토지가액의 100분의 20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고 정해, 산정 기준이 토지가액 하나뿐이었고 요율도 20%였습니다. 2021년 개정은 조번호를 제62조에서 제63조로 바꾸면서 산정 기준을 “감정가격 또는 개별공시지가 중 더 높은 금액”으로 넓히고 요율도 25%로 올렸습니다. 요율만 오른 게 아니라 산정 기준 자체가 더 높은 값이 나올 수 있는 방식으로 함께 강화된 셈이라, 체감 부담 증가는 요율 인상분보다 클 수 있습니다.

이 개정은 ‘LH 사태'(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농지 투기 의혹, 2021년) 이후 농지 투기 근절을 위한 농지법 전반 강화의 일부였습니다. 부칙 제5조에 따라 시행일 이전 이미 부과 절차가 진행 중이던 건은 종전 규정(20%·토지가액 기준)이 그대로 적용됐고, 2023년 8월 16일 시행된 개정에서는 이행강제금을 매년 반복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보완됐습니다.

즉 25%라는 요율도, 감정가격·공시지가 중 높은 금액이라는 산정 기준도 모두 2021년부터 시행돼온 규정입니다. 2026년 개정의 핵심은 지자체가 처분명령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자의적으로 생략하지 못하도록 의무 규정으로 바꾼 것입니다.

이행강제금 부과 전 계고 통지와 이의제기 절차
이행강제금 부과 전 계고 통지와 이의제기 절차

농지은행 매입·임대 확대, 비사업용 토지 세제, 전수조사 이후 실제 처분 방침은 2편에서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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