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주택구입부터 파산선고까지, 인정되는 사유와 신청 절차
퇴직금은 원래 회사를 그만둘 때 받는 돈입니다. 그런데 집을 사거나 전세보증금을 마련해야 하는 등 목돈이 급하게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이럴 때 재직 중에도 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퇴직금 중간정산입니다.
다만 사유가 있다고 아무 때나 신청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법이 정한 사유에 해당해야 하고, 회사의 승낙도 필요합니다. 이번 편에서는 중간정산이 가능한 법정 사유와 신청 절차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DB형·DC형 구분과 세금 처리, 흔한 오해는 다음 편에서 다루겠습니다.
목차
1. 퇴직금 중간정산, 원칙은 금지이고 예외만 허용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급여를 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재직 중에 미리 정산해 지급하는 것, 즉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금지입니다.
그럼 지금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중간정산은 뭘까요. 같은 법 제8조제2항과 시행령 제3조가 정한 예외 사유에 해당할 때만 허용되는 것입니다. “중간정산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막힌다”가 아니라 반대로 “재직 중 지급 금지가 원칙이고, 법정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법정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회사가 반드시 정산해줘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행령 조문은 “그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사유를 충족해 신청해도 회사가 승낙하지 않으면 실제로는 지급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신청 전에 회사 인사·재무 담당 부서에 지급 가능 여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2. 중간정산이 가능한 사유 7가지
고용노동부가 공식 FAQ로 안내하는 사유는 다음 7가지입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3조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가.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근로자 본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입니다.
나. 무주택자의 전세금·보증금 부담
거주를 목적으로 「민법」상 전세금 또는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입니다. 하나의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1회로 한정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같은 회사에 다니면서 두 번째 이사 때 또 신청할 수는 없습니다.
다. 6개월 이상 요양
근로자 본인이나 배우자, 또는 근로자·배우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부양가족이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이나 부상을 치료하는 경우입니다. 의료비 부담 요건으로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를 초과해 부담하는 경우라는 구체적 기준이 함께 규정돼 있습니다.
라. 개인회생
신청일로부터 역산해 5년 이내에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입니다.
마. 파산선고
신청일로부터 역산해 5년 이내에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입니다.
바. 임금피크제 등 임금 감액
사용자가 기존 정년을 연장하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을 통해 일정 나이·근속시점·임금액을 기준으로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입니다.
사. 천재지변 등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사유
천재지변이나 이에 준하는 재해 등으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입니다.

3. 신청 절차와 필요 서류
사유별로 신청 기한과 서류가 다릅니다. 아래 표로 정리해봤습니다.
| 사유 | 신청 기한 | 필요 서류 |
|---|---|---|
| 무주택자 주택 구입 | 매매계약 체결 후 소유권 이전등기 완료일로부터 1개월 이내 | 주민등록등본, 건물등기부등본, 재산세 증명서, 매매계약서 |
| 전세금·보증금 부담 | 계약일부터 잔금 지급 후 1개월 이내 | 임대차계약서, 잔금 지급 영수증 |
| 6개월 이상 요양(의료비 부담) | 요양 종료 후 1개월 이내 | 진단서, 소견서 또는 장기요양확인서 등 |
| 개인회생 | 결정문 발급 후 신청 | 법원의 개인회생절차개시 결정문 |
| 파산선고 | 결정문 발급 후 신청 | 법원의 파산선고문 |
| 임금피크제 | 원칙적으로 제도 시행일(노사 합의 시 이후 신청도 가능) | 별도 첨부 서류 불필요(사용자가 사업장 비치 서류로 확인) |
공통적으로 근로자가 사유 발생을 증빙하는 서류를 갖춰 회사에 신청하면, 회사가 이를 확인하고 승낙한 뒤 정산이 이뤄지는 흐름입니다. 신청 기한을 넘기면 같은 사유로 다시 신청하기 까다로워질 수 있으니, 사유가 발생한 시점부터 서류를 미리 챙겨두는 게 안전합니다.
다만 천재지변 등 고용노동부장관 고시 사유는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에 해당 시엔 고시문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DB형·DC형·IRP가 어떤 경우에 중간정산과 중도인출이 가능한지, 정산받은 금액에 세금은 어떻게 붙는지, 그리고 실무에서 자주 나오는 오해까지 이어서 다루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