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 예산안 820조 핵심 수치, 미래대응기금 162조 재원과 투자처

820조 예산 중 162조원이 새 기금으로 따로 떨어져 나간 이유와 그 구조


2026년 9월 11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인사연)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 마련한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7년도 예산안 총지출은 820조 9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2.8% 늘었는데, 이 중 162조 3천억원이 ‘미래대응기금’이라는 새 기금으로 따로 떨어져 나갑니다. 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내 세금은 어디로 가는지 숫자로 짚어보겠습니다.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 개요(일시·장소·주최·참석자)
2027년 예산안 및 미래대응기금 토론회 개요(일시·장소·주최·참석자)

1. 9월 11일 열린 토론회, 무슨 자리였나?

이날 토론회는 양재 엘타워에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진행됐습니다. 이한주 경인사연 이사장, 김세직 KDI 원장이 공동 주최했고, 조용범 기획예산처 차관과 정향우 사회예산심의관 등 정부 관계자도 참석했습니다. 이태석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을 비롯해 조세재정연구원, 나라살림연구소 등 재정 분야 연구자들도 함께했습니다.

정향우 사회예산심의관은 2027년도 예산안과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번 예산안을 “재정운용 패러다임을 혁신하는 역사적 전환점”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종합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들이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여러 보완 과제를 짚었는데,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2. 경제가 살아났다는 정부 진단부터 살펴보면

조용범 차관은 축사에서 최근 경제 흐름부터 짚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연속 0%대 성장에 머물렀던 경제가 올해 상반기 3.8% 성장으로 전환됐고, 2분기 명목 GDP 성장률은 26.4%로 4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조 차관은 이를 “적극재정으로의 과감한 전환이 만들어 낸 결과”이며 “재정이 성장을 이끌자 세수가 늘었고, 그 세수가 다시 미래를 위한 투자여력이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2027년 예산안을 규모·신규사업·예산구조·지출구조조정 네 가지 측면에서 “역대급”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중 규모와 구조조정 결과가 실제로 어떤 숫자로 나타났는지는 다음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3. 2027년 예산안, 숫자로 보면 이렇다

기획예산처 발표자료를 기준으로 2027년도 예산안의 핵심 재정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2027년도 예산안 재정 총량

2026년→2027년 비교

지표2026년2027년
총지출전년대비 +8.1%820조 9천억원(+12.8%)
관리재정수지(GDP 대비)-3.9%-0.1%
국가채무비율(GDP 대비)51.6%48.3%(-3.3%p)

총지출 증가율 12.8%는 2023년 5.1%, 2024년 2.8%, 2025년 2.5%, 2026년 8.1%와 비교해도 역대 최대 폭입니다. 그런데도 국가채무비율은 오히려 낮아졌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2026~203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임기 내 관리재정수지를 -3% 이내로, 국가채무비율을 49%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기존 계획이 59%대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그려져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10%p 가까이 개선된 수치입니다. 이를 위해 재량지출 39조원, 의무지출 69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함께 추진하고, 55년 만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구조도 손봤습니다.

분야별로는 예산이 고르게 늘지 않았습니다.

분야별 재원배분 증가율

2026년 대비 2027년, 단위: %

분야증가율
산업·중소기업·에너지+29.7
일반·지방행정+22.8
문화·체육·관광+20.4
R&D+11.2
교육+10.8
농림·수산·식품+9.5
보건·복지·고용+9.3
국방+8.2
공공질서·안전+5.3
환경+5.2
SOC+4.0
외교·통일+1.1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가 29.7%로 가장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반도체 등 미래 성장엔진 확충에 재원을 우선 배정했다는 정부 설명과 맞아떨어지는 결과입니다.

4. 162조원 미래대응기금, 재원과 투자처는 어디인가?

미래대응기금은 이번 예산안에서 가장 낯선 개념입니다. 기획예산처는 이를 “전략적 투자 플랫폼이자 재정 안정화 장치”라고 소개했습니다. 조용범 차관은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세수를 청년,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분야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플랫폼”이라며 “단년도 예산의 한계를 넘어 미래를 위해 적립한다는 점에서 우리 재정 역사에 전례가 없는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기금 재원은 초과세수, 추가세수, 세계잉여금, 기금운용수익 네 가지로 구성됩니다. 2027년 기준 기금 규모는 162조 3천억원인데, 이 중 실제 사업 투자로 쓰이는 돈은 45조 4천억원입니다. 분야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래대응기금 재원 구성(초과세수·추가세수·세계잉여금·기금운용수익)과 운용 구조(사업 투자·국채발행 축소·재정 여유자금) 도식
미래대응기금 재원 구성(초과세수·추가세수·세계잉여금·기금운용수익)과 운용 구조(사업 투자·국채발행 축소·재정 여유자금) 도식

가. 청년(13.3조원)

청년첫취업지원, 저출생 대응 패키지, 보편형 공공임대주택 등 신설 사업에 투입됩니다.

나. 성장동력(14.2조원)

프론티어급 AI 개발, 제조 암묵지 AI, 모두의 AI 등 AI 관련 사업 확대·신설에 쓰입니다.

다. 지방(15.3조원, 여유자금 5조원 포함)

지방미래성장지원금 신설, 농업 AX(인공지능 전환), 생활편의 복합센터 확대에 배정됩니다.

라. 교육·인재(10.1조원, 여유자금 2.5조원 포함)

미래인재성장자금, 지방국립대 전액장학금, 인턴학기제 등 신설 사업에 쓰입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으로 절감된 재원은 이 계정에 별도로 적립해, 교육 분야 전체 투자 규모가 줄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 설명입니다.

여기에 국채 신규발행 물량을 12조 5천억원 축소하는 데도 기금 재원이 쓰입니다. 사업 투자 45조 4천억원과 국채발행 축소분 12조 5천억원을 뺀 나머지, 즉 104조 4천억원은 당장 쓰지 않고 재정 여유자금으로 운용됩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이 기금을 “2027년 국세수입 중 최근 10년 내국세 추세선을 초과하는 추가세수”로 조성한다고 설명하면서, 대규모 세수를 단년도 소비성 지출에 소진하지 않고 생산적 투자와 재정 여력 보강에 쓰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미래대응기금 4대 투자 분야(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별 투자 규모
미래대응기금 4대 투자 분야(청년·성장동력·지방·교육인재)별 투자 규모

5. 내가 낸 세금, 어디로 흘러가나?

여기까지 보면 궁금해집니다. 미래대응기금 재원이 결국 내가 낸 세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새로운 세목이 생긴 게 아닙니다. 미래대응기금 재원은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초과세수·추가세수)과 예산을 다 쓰고 남은 돈(세계잉여금), 기금 운용수익으로 구성됩니다. 즉 증세를 통해 새로 걷는 돈이 아니라, 반도체 호황 등으로 예상외로 더 걷힌 돈을 별도 창고에 모아 미래 투자와 재정 안정에 쓰겠다는 구상입니다.

6. 국가채무는 늘어나나 줄어드나?

예산 규모는 역대 최대로 늘어나는데, 국가채무비율은 왜 낮아질까요?

국가채무비율은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라, 세수가 늘어 GDP가 커지고 채무 증가 속도가 그보다 느리면 비율 자체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국채 신규발행 물량을 12조 5천억원 줄인 것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그 결과 2026년 51.6%였던 국가채무비율이 2027년에는 48.3%로, 3.3%p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산 규모를 키우면서도 재정건전성 지표를 개선했다는 게 정부가 강조하는 지점입니다.

물론 학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이 기금의 규모와 운용 방식을 두고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100조원이 넘는 여유자금이 국회 심의 없이 정부 재량으로 운용될 수 있다는 우려인데, 다음 편에서 전문가들의 구체적인 제언과 시민단체의 비판적 시각을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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