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의 새로운 쟁점, CI와 DI는 무엇인가

티빙 유출 사고로 다시 주목받은 낯선 개인정보, CI와 DI


최근 티빙(TVING)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이름, 생년월일 같은 익숙한 항목 옆에 CI와 DI라는 낯선 용어가 함께 등장했습니다. CI(연계정보)와 DI(중복가입확인정보)는 온라인에서 나를 식별하는 고유 값인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왜 새로운 쟁점이 됐는지 짚어보겠습니다.

1. CI와 DI, 서로 다른 개인정보다

CI는 Connecting Information의 줄임말로, 여러 사이트에서 “같은 사람”임을 확인해주는 고유 식별값입니다. 본인확인기관(휴대폰 인증사, 공동인증서 발급기관 등)이 주민등록번호와 공유 비밀정보를 바탕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일방향 해시(암호화)로 바꿔 만든 88바이트짜리 값입니다. 사과를 갈아 주스로 만들면 다시 사과로 되돌릴 수 없듯, CI에서 원래 주민등록번호를 역산하는 건 계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신영진 배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설명합니다.

주민등록번호가 CI로 변환되는 해시 암호화 3단계 과정
주민등록번호가 CI로 변환되는 해시 암호화 3단계 과정

DI는 Duplication Information, 중복가입확인정보입니다. 특정 웹사이트 안에서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값으로, 웹사이트별 식별번호를 포함해 만들어져 사이트마다 다른 값이 부여됩니다.

CI는 여러 서비스에서 동일하게 쓰이는 값이고, DI는 한 사이트 안에서만 통하는 값입니다. CI는 “같은 사람인지”를, DI는 “이미 가입돼 있는지”만 확인해줍니다. 법적으로 CI는 개인정보이지만 온라인 주민등록번호는 아니며, 주민번호 수집을 제한하기 위해 도입된 대체수단입니다.

구분 CI (연계정보) DI (중복가입확인정보)
생성 주체 본인확인기관 개별 웹사이트
생성 방식 주민등록번호를 일방향 해시로 암호화(88바이트) 사이트별 식별번호 포함해 생성
적용 범위 여러 서비스에서 동일한 값 사이트마다 다른 값
용도 서로 다른 사이트 간 동일 인물 식별 한 사이트 내 중복 가입 확인
유출 시 위험 여러 서비스 정보를 한 사람 기준으로 결합 가능 해당 사이트 내부 정보 연결에 국한

2. 왜 티빙 사고로 CI·DI가 논란이 됐나?

2026년 상반기 CI·DI 유출이 실제 쟁점으로 떠오른 계기는 OTT 서비스 티빙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입니다. 티빙 데이터베이스 무단 침입은 5월 30일 오후 6시 1분경 발생했고, 티빙은 31일 유출 사실을 확인해 6월 1일 신고, 6월 3일 사고를 공개했습니다. 정부는 중대 침해사고로 판단해 민관합동조사단을 구성했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부터 공개까지 타임라인
티빙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부터 공개까지 타임라인

유출된 항목에는 이름, 아이디,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번호(일부 암호화), 이메일(암호화), 환불 계좌번호(암호화), 비밀번호(암호화), 서비스 이용 정보, 프로필명, 접속 IP·위치 정보와 함께 CI와 DI가 포함됐습니다.

유출 규모는 초기 잠정치 약 1,300만 명에서 최종 집계 1,953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티빙 유료 가입자 수(약 500만 명)의 4배에 달하는 규모로, 서비스를 해지한 탈퇴 계정과 장기 미접속 휴면 계정의 정보까지 유출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티빙 유출 규모가 잠정치에서 확정치로 늘어난 변화
티빙 유출 규모가 잠정치에서 확정치로 늘어난 변화

현행법상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이 가능한데, 티빙의 전년도 매출(4,059억 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론상 최대 약 122억 원입니다. 다만 실제로는 수십억 원대(약 48억 원 추정)에 그칠 전망입니다. 매출의 최대 10%까지 부과하는 개정법은 2026년 9월 11일 시행돼 이번 사고엔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티빙 측은 “고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밝혔습니다.

3. CI 유출, 얼마나 위험한 걸까?

CI 유출의 위험성을 두고는 두 시각이 엇갈립니다.

가. 즉각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

CI가 이름, 생년월일, 이메일 등과 함께 유출되면, 서로 다른 출처의 데이터를 CI 값으로 묶어 상세한 신원 프로필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과거 주민번호처럼 CI도 데이터 결합의 매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CI가 서비스 내부의 검색·시청 정보와 연결돼 유출됐다면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문제는 변경 불가능성입니다. 비밀번호와 달리 주민등록번호를 비가역적으로 암호화한 CI는 평생 바꿀 수 없어, 한 번 유출되면 영구적 노출 위험으로 남습니다.

나. 위험이 과장됐다는 반론

신영진 배재대 교수는 CI 유출만으로는 카드결제나 무단 로그인이 불가능하고, 곧바로 금전적 손해나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지도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모든 정보를 연결하는 마스터키”라는 이해는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다만 CI가 개인정보인 이상 보호가 필요하고, AI 등 신기술 적용 과정에서 추가 수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두 시각 모두 CI가 유출되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일치합니다.

4. CI·DI가 유출됐다면 이렇게 대응하세요

CI 자체는 개인이 임의로 변경·재발급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응의 초점은 CI 값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유출로 파생될 수 있는 명의도용·계정 탈취·피싱 같은 2차 피해를 막는 데 맞춰집니다.

가. 비밀번호 변경과 2단계 인증: 유출된 서비스는 물론 같은 비밀번호를 쓰는 다른 서비스의 비밀번호도 영문·숫자·특수문자를 조합해 바꾸고, 가능하면 2단계 인증(OTP 등)을 설정합니다.

나. 추가 유출 여부 확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제공하는 “털린 내 정보 찾기” 서비스로 내 정보가 다크웹 등에 추가 유출됐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털린 내 정보 찾기 바로가기

다. 엠세이퍼(M-Safer) 이용: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운영하는 이동전화 가입 제한 서비스로, 본인 명의의 새 휴대전화 회선이 개통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라. 금융권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 여신성 거래 제한, 비대면 계좌 개설 제한, 오픈뱅킹 안심차단 등을 활용하면 본인도 모르게 대출·계좌 개설이 이뤄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마. 피싱·스미싱 경계: CI 유출로 개인정보가 결합되면 훨씬 정교한 맞춤형 보이스피싱·스미싱이 가능해지므로, 출처가 불분명한 링크나 전화는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위 방법들은 CI·DI 유출 전용이라기보다, 개인정보 유출 전반에 쓸 수 있는 일반적인 예방·대응 수단입니다.

CI·DI 유출 시 이용자 대응 체크리스트
CI·DI 유출 시 이용자 대응 체크리스트

5. 제도는 어떻게 바뀌고 있나?

방송통신위원회는 2025년 6월 30일 “연계정보(CI) 처리 및 안전조치 등에 관한 안내서”를 발간해 CI의 정의와 취급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026년도 업무 추진계획에서 5대 추진방향과 10대 핵심과제를 발표했는데, CI·DI만을 겨냥한 세부 조치가 담겼는지는 아직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과징금 제도도 바뀌는 중입니다. 매출액 대비 과징금 상한을 기존 3%에서 최대 10%로 강화하는 개정법이 2026년 9월 11일 시행되는데, 티빙 사고는 이 시행일 이전에 발생해 소급 적용되지 않습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최종 조사 결과와 확정 과징금 액수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과징금 상한이 3%에서 10%로 강화되는 개정법 시행 일정
과징금 상한이 3%에서 10%로 강화되는 개정법 시행 일정

CI 값을 새로 발급받거나 폐기하는 방법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 이번 사고를 유독 씁쓸하게 만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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